NBA 우승 경쟁, 왕좌에 오를 팀은?
폭풍 같았던 여름 이적시장도, 뜨거웠던 월드컵도 모두 지나갔다. 어느덧 NBA 새 시즌 개막이다. 늘 그랬듯 새 시즌도 NBA는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누군가의 ‘어차피 우승’은 감히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2023-2024시즌 NBA의 왕좌에 오를 팀은 어디일까?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동부의 제왕, 올해도 빅4 경쟁?
2010년대의 첫 8년 동안 동부를 지배한 주인공은 르브론 제임스였다. 르브론이 속한 마이애미(2011~2014)와 클리블랜드(2015~2018)가 8년 동안 나란히 4년 연속 동부 우승을 차지했고, 파이널 우승도 세 차례 가져갔다.
2018년 르브론이 서부로 떠난 이후 동부는 강팀들이 함께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로 바뀌었다.
2019년, 토론토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마이애미, 밀워키, 보스턴이 동부 우승 트로피를 나눠가지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새 시즌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시즌 동부 최강으로 꼽히는 팀은 보스턴이다. 오프시즌 동안 팀의 정신적 지주 마커스 스마트를 멤피스로 트레이드하면서 대대적 변화를 시도했고, 그 결과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를 데려왔다. 팀의 살림꾼이었던 그랜트 윌리엄스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댈러스로 보내면서 프런트코트진에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기에 데미안 릴라드로 밀워키를 떠난 즈루 할러데이를 곧바로 영입, 공포의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기본적으로는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 원투 펀치를 주축으로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 즈루 할러데이, 알 호포드, 데릭 화이트같은 자원들이 옆을 받치고 있어 매우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중 감독 대행 꼬리표를 떼고 그 역량을 인정받았던 조 마줄라 감독 역시 특유의 체제가 안정을 찾고 있는 상황. 현지에서는 보스턴이 디펜딩 챔피언 덴버보다 우승 확률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새 시즌 동부의 순위 경쟁 구도가 보스턴의 독주 체제로 구축될 것 같지는 않다. 다른 팀도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우승을 맛봤던 밀워키는 야니스 아데토쿤보, 크리스 미들턴, 브룩 로페즈 같은 기존의 우승 코어들이 그대로 남은 상황에서 빅딜로 데미안 릴라드를 영입했다. 윈 나우를 위한 적극적 무브였다. 팀 평균 연령이 리그 전체 1위에 달할 정도로 로스터가 다소 노쇠한 느낌은 있지만, 아직 우승 도전을 하기엔 문제가 없다는 평가. 현장에서 지도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아드리안 그리핀 신임 감독이 보여줄 역량 역시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필라델피아와 마이애미 역시 대권을 기대해볼 수 있는 팀이다. 다만 이 두 팀은 변수가 있다.
제임스 하든가 대릴 모리 사장이 사실상 ‘루비콘 강’을 건넌 필라델피아는 하든을 둘러싼 이슈에도 불구하고 동부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든의 이적 여부에 따라 조엘 엠비드의 마음도 많이 흔들릴 수 있겠지만, 엠비드-타이리스 맥시-토바이어스 해리스로 이어지는 라인이 여전하고 여기에 PJ 터커, 디앤써니 멜튼, 패트릭 베벌리도 있다. 가장 좋은 그림은 하든이 모리와 화해하고 컴백하는 일일테지만, 현실적으로는 트레이드를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하든 트레이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더 무서운 팀이 될 수도 있고 전력 누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마이애미는 데미안 릴라드 트레이드의 최우선 주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별다른 움직임 없이 여름을 맞이하게 됐다. 카일 라우리, 타일러 히로, 던컨 로빈슨, 니콜라 요비치 등이 트레이드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데, 협상이 잘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다운그레이드된 로스터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언제든 승리를 쌓을 수 있는 전력이기에 무시는 금물이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서부
서부는 늘 그랬듯 우승 팀을 예측하기 힘들다. 2019년을 기점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시대가 저문 이후 서부는 강호들이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서운 전쟁터가 됐다.
일단 디펜딩 챔피언 덴버를 역시 우승 1순위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다만 덴버는 FA로 팀을 떠난 브루스 브라운의 공백을 크리스찬 브라운과 새로운 신인들로 메워야 한다는 변수가 있어 리핏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벤치 약화와 로드 매니지먼트 방지 룰의 등장으로 더 많은 출전이 예상되는 자말 머레이, 마이클 포터 주니어의 몸 상태도 변수다. 즉 덴버는 새 시즌의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피닉스, 레이커스, 골든스테이트 같은 다른 강호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중 케빈 듀란트 영입에 이어 올여름엔 브래들리 빌 트레이드를 단행한 피닉스는 빌-데빈 부커-케빈 듀란트-디안드레 에이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여기에 여전히 존재감이 상당한 베테랑 가드 에릭 고든까지 웨이버 시장에서 영입했고 와타나베 유타, 데미안 리, 조쉬 오코기로 윙 라인을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다재다능한 장신 포워드 볼 볼도 웨이버 시장에서 영입하면서 새 시즌 서부의 무서운 슈퍼 팀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다만 뎁스가 두텁다고 보기는 힘들고, 프랭크 보겔 신임 감독이 현재의 로스터 구성에 맞이 않는 색깔을 가진 감독이라는 점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골든스테이트는 드레이먼드 그린과 불화를 겪었던 조던 풀을 과감하게 워싱턴으로 떠나보내고, 크리스 폴을 영입했다. 앞서 폴은 브래들리 빌 트레이드에 포함돼 워싱턴에 가 있었던 상황. 다만 빌을 트레이드한 워싱턴은 이미 리빌딩 버튼을 누른 상태였고, 이를 감지한 골든스테이트가 폴을 데려가는 초강수를 뒀다. 30대 후반의 백전노장인 폴을 영입한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시대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 폴 영입을 통해 우승을 향한 마지막 질주를 꿈꾸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다만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너무 많고, 벤치 뎁스가 상당히 얕아진 상태로 우승을 가져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레이커스는 올여름 이적시장의 최대 승자라고 해도 될 팀이다. 하치무라 루이, 디안젤로 러셀, 오스틴 리브스, 제러드 밴더빌트 같은 내부 FA와 모두 재계약 혹은 연장계약을 맺었고 FA 시장에서는 게이브 빈센트, 터린 프린스, 잭슨 헤이즈 등을 데려오며 엄청나게 탄탄한 로스터를 구축했다. 르브론 제임스-앤써니 데이비스 원투 펀치의 건강에 따라 또 다시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임이 분명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음표였던 다빈 햄 감독의 역량도 이젠 증명됐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마커스 스마트와 데릭 로즈를 영입하며 자 모란트 징계 변수를 최소화한 멤피스, 해리슨 반즈와 재계약하고 지난 시즌 유로리그 MVP였던 포워드 샤샤 벤젠코프와 인디애나의 가드 유망주 크리스 두아르테를 영입한 새크라멘토도 무서운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OX] ESPN이 예상한 새 시즌 우승후보는?
미국 현지에서는 어떤 팀들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을까?
일단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유럽 출신 괴물들이 중심이 된 팀이다. ESPN은 지난 8월 말 내부 패널들의 투표를 통해 2023-2024시즌 NBA 우승후보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총 80점의 득표 점수를 얻은 디펜딩 챔피언 덴버가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어쨌든 덴버의 리핏 가능성을 높게 본 이가 많았다는 것이다. 덴버는 전체 1위표의 48%를 얻는 등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뒤를 이은 팀은 밀워키였다. 총 49점의 득표 점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보스턴(32점), 피닉스(30점), 마이애미(22점), 골든스테이트(6점), 레이커스(5점)가 함께 상위권을 형성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득표 점수 상위 7개 팀이 모두 지난 4년 동안 NBA 파이널을 밟아본 팀이었다는 점이다. 결국엔 지난 4년 동안의 우승 경쟁 구도에 있었던 팀들이 올해도 우승에 가장 가까울 것으로 전망됐다는 것. 새 시즌에도 잘하던 팀이 잘하는 현상이 반복될지, 혹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 왕좌에 다가서는 그림이 나올지 지켜보면 재밌을 것이다.